2011년 4월 16일 토요일

표면마취제로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4월 7일 US FDA에서는 '벤조카인'이라는 마취제가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벤조카인'이라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분이 많으시겠지요? 벤조카인은 국소마취제의 하나로 주로 치과에서 잇몸에 표면마취를 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어 사용되는 약이 꽤 많습니다.

사실 치과용 표면마취제로도 쓰이지만 성관계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서 성기에 바르는 경우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비뇨기과 전문의 선생님의 블로그 http://urologist.kr/ 를 참조하세요)

벤조카인은 피부 표면에 있는 신경을 차단하여 감각의 전달을 막는 작용하고 이미 알려진 부작용으로 알러지반응과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Monographs: Pharmaceutical substances: Benzocainum - Benzocaine". )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란 것이 뭔지 궁금하시죠?  간단히 알아볼까요? 

 폐로 들어온 산소는 정상적으로 혈액 속 적혈구에 포함된 '헤모글로빈'을 통해 온 몸으로 전달됩니다.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에는 2가철 (Fe++)가 있어서 산소와 결합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2가철이 산화되어 3가철(Fe+++) 상태로 헤모글로빈 속에 있게 되면 '메트헤모글로빈'이란 것이 됩니다. '메트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체내조직으로 산소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간단히 그림으로 헤모글로빈과 메트헤모글로빈의 차이를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헤모글로빈 vs 메트헤모글로빈


쉽게 말하자면, 숨을 쉬어도 산소가 몸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질식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사실 메트헤모글로빈은 1%미만의 비율로 체내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유전적요인이나 산화력이 강한 약물 등의 영향으로 그 비율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6개월 미만의 영아는 마시는 물에 포함된 질소성분, 탈수증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하지요. 

 메트헤모글로빈이 1%를 넘어가게 되면 숨이 차거나, 청색증, 두통, 피로, 의식 저하등이 생길 수 있고, 50%를 넘게 되면 부정맥, 경련등이 발생하고 70%가 넘어가게 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인 경우 15%까지는 명백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심혈관계질환이나 혈액질환을 가진 분들의 경우 5~8% 정도라도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발생하게 되면, 산소를 투여하고 '메틸렌 블루' 용액을 정맥주사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메틸렌블루'는 산화된 헤모글로빈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Blue dyes, blue people: the systemic effects of blue dyes when administered via different routes"J Clin Anesth 19 (4): 315–321.doi:10.1016/j.jclinane.2007.01.006PMID 17572332.)

 벤조카인으로 나타날 수 있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드물지만, 매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사용에 조심해야 합니다. 주로 바르는 젤이나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 사용하게 되는데 짧게는 수분에서 수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용량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한 번만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OTC(Over The Counter) drug으로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널리 사용되는 약이지만 주의깊게 사용하고 부작용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US FDA에서는 
  • 2세 미만의 소아에서 의료진 관찰없이 사용하지 말것
  • 소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성인이라도 사용법을 준수할 것
  •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 의료진과 상담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표면마취제로 많이 사용되는 것 중에 EMLA cream 도 있는데요, EMLA cream (2.5% lidocaine + 2.5% prilocaine) 은 거의 모든 연령 대에 널리 사용할 수 있는 표면마취제입니다. 이 경우에서도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특히 prilocaine 성분에서) 통계적연구에 의하면 신생아에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임상적으로 큰 의미없다고 되어있습니다.(Pediatrics Vol. 101 No. 2 Feb 1998)

 하지만 유전적으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있는 경우나,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하는 약물과 같이 사용하는 경우, 적정량보다 많이 사용하는 경우 등에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는 사용에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 2개:

  1. 치과 무서워 했는데 더 무서워지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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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OTC drug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상당히 안전하다는 반증일테니까요...다만 very rare 하지만 위험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는 해야 한다...는 경고 정도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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