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 부터는 천안으로 옮겨서 근무를 하게 될 것 같으니 사실상 서울대병원에서의 생활은 다음 주가 마지막이 되는 셈이다. 마지막 주에 당직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해결이 되겠지. 정 안될 것 같으면 뭐 당직 서면 그만이다.
1년 동안 정이 꽤 많이 들었다. 가짜선생이지만 그것도 선생이라고 훈장질을 했더니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 것이 내가 현재 느끼는 '정'이 아니길 바란다. '정'은 나누는 것이니 나와 함께 했던 전공의, 전문의들도 나와 같은 '정'을 가지기를 바란다.
요즘들어 하루하루가 매우 소중해지니, 생각날 때 마다 기록을 좀 남겨 이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
프로퍼 턴으로 있는 인턴 선생을 보면서 또다른 나를 본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부족해야 시작하는 것인데 왜 부족해보이려 하지 않는가. 마취과 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배우기 위한 능력이 부족하지만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성스러운 마음. 뭔가 얘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자각되지 않은 지적은 그냥 잔소리로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공손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참 못나보였다. 뭔가 지적을 하면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꼭 책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인을 정리하고, 환자를 덮어주고...내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미안해야 하는 것이고 그런 미안함을 채우기 위해 작은 행동 들을 하게 된다. 책을 보는 것도 그런 행위 중 하나겠지만 어찌 지식을 채우기 위해 내 눈앞에 있는 환자에게 소홀할 수 있겠는가? 뭔가를 알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틀 안으로 가져오는 것은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 조차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면 어떻게 스스로 커 나갈 수 있겠는가?
선생이 아니니 굳이 선생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명의 전문의로서 전공의를 대할 때는 이 사람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겠다. 그리고 그 역할은 전공의가 눈 앞에 있는 환자에게 '정성을 다하도록' 하는 일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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