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은 타동사다.
무엇인가를 낫게 한다는 뜻이지, 스스로 낫는다는 뜻이 아닌 거다.
무엇을 낫게 한다는 뜻인가? 그 대상에 따라서 사람마다 힐링이 되고 또 되지 않는 거겠지?
'힐링캠프'를 보면서 내가 힐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주말에는 '나'를 힐링했다.
나의 '어떤 것'을 힐링했을까? 어떤 것이 아니다. '나'다. '나'를 힐링한다는 것은 약간 아이러니하지만 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신'을 힐링한다면 그것은 본인을 완전히 객체화시킬 수 있는 성인의 반열이던지, 완벽한 나르시스트이던지...ㅎㅎㅎ
주말 나들이의 목적은 '빈둥거림'이었다.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냥 무의미하게..멍 때리면서...뭐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것도 별로 없이 말이야...돈을 내라고 하면 돈을 좀 내고...별로 저항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안함에 쫓겨 이리저리 치대는 '나'에 대한 휴식이 아닐까 싶다.
맛있는 거 못 먹어도 그만이고, 좋은 거 못해봐도 된다. 맛집에서 한두시간을 기다리고 먹은 음식은 '맛있다는 음식'이지 '맛있는 음식'은 아닐 거다. 그 가치는 내가 기다린 시간과 상관이 있다. 어느 누가 긴 줄 서서 한참 기다린 음식이 맛없다고 팽개치고 나갈 것인가? 좋은 곳은 어느 해설서에 거창한 미사여구를 달아서 설명한 글을 읽어서 '좋은 곳'으로 분류되는 것이겠지?
나에게 이번 주말은 "좋은 음식은 기분 좋을 때 먹는 음식이고 좋은 곳은 기분 좋을 때 있는 곳"이란 것을 다시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구름이 줄지어 늘어선 사이로 파란 하늘이 비치고
풀과 나무로 덮인 야트막한 능선을 배경으로
평상에 앉아서 동동주 한 잔을 마시니까
왜 행복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알 것 같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할까?
잘 살면 행복해질까?
다른 사람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것이고
내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을 쓰면서도 좀 웃기네.
행복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니....
2014년 8월 11일 월요일
2014년 8월 6일 수요일
폭력의 시대
가하는 자의 귓속에는 당연한 것이라 속삭이고, 당하는 자에겐 너도 해보라 속삭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것은 분명 또 다른 폭력이지만 마치 정의로운 일인 것처럼 포장되는 일이 허다하다. 무관심의 폭력은 또다른 무관심의 비호를 받으면서 개인주의라는 비슷한 개념에 기생충처럼 붙어 자라난다.
나는 누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누구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가? 이미 만성이 되어 무감해진 터라 그 방향성을 스스로 깨닫기 어려워진 건 아닐까? 폭력의 다양한 모습은 일견 긍정적인 형태로 나타나기까지 하니 매번 스스로 묻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누구에게 의존하겠다는 생각은 빨리 버리자.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해야 한다.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야 그것이 남과 어떻게 다른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수정해야 한다. 피곤하고 힘들다면 그것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이 쉽게 주어지지는 않는 것이니까.
폭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폭력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자각하고 의심하고 판단하며 살아야 한다. 힘들다고? 그렇게 쌓아온 길을 돌이켜 볼 때,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네가 어떤 사람인지에 조금이나마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7월 10일 목요일
나 자신에게 쓰는 글
작은 성과에 기뻐하지 마라.
지금 이룬 것은 네가 다음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정도 일 뿐이다.
네가 성취해야 할 '분명한 목적'이란 것은 없다.
다만 네가 걸어온 길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너는 어떤 길을 만들고 있는가?
무엇인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비관하지 마라.
원칙이 무엇이고, 네가 그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가에 집중하라.
네가 한 일이 원칙에서 벗어났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원칙을 지키도록 하라.
연구에 대해서..
논문 한 편 한 편이 소중하다면 그들 서로에게도 소중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성과에 관심을 두지말고 그가 어떻게 성과를 이뤘는지를 배워라.
누구에게나 감사하라.
네가 하고 싶지 않은 말은 하지마라.
하고 싶지 않은 말, 생각없이 나오는 말을 내뱉기 보다는 조금 어색하게 있는 게 낫다.
라인을 찾지 마라.
네가 라인이 되어라.
너를 끌어줄 사람을 찾지 말고, 너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라.
사람은 위아래가 없다.
누구에게나 만나는 순간만큼은 진실되게 대하라.
이름이나 얼굴을 외우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은 꼭 미리 양해를 구하라.
일은 미루지 말고
사과는 빠르게 하라.
잠은 충분히 자고, 가끔은 멍때리고 있기도 해야 한다.
제발 이 글을 한번씩 보고 수정해라.
네가 하는 생각, 쓰는 글은 모두 바뀔 수 있다.
지금 이룬 것은 네가 다음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정도 일 뿐이다.
네가 성취해야 할 '분명한 목적'이란 것은 없다.
다만 네가 걸어온 길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너는 어떤 길을 만들고 있는가?
무엇인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비관하지 마라.
원칙이 무엇이고, 네가 그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가에 집중하라.
네가 한 일이 원칙에서 벗어났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원칙을 지키도록 하라.
연구에 대해서..
논문 한 편 한 편이 소중하다면 그들 서로에게도 소중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성과에 관심을 두지말고 그가 어떻게 성과를 이뤘는지를 배워라.
누구에게나 감사하라.
네가 하고 싶지 않은 말은 하지마라.
하고 싶지 않은 말, 생각없이 나오는 말을 내뱉기 보다는 조금 어색하게 있는 게 낫다.
라인을 찾지 마라.
네가 라인이 되어라.
너를 끌어줄 사람을 찾지 말고, 너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라.
사람은 위아래가 없다.
누구에게나 만나는 순간만큼은 진실되게 대하라.
이름이나 얼굴을 외우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은 꼭 미리 양해를 구하라.
일은 미루지 말고
사과는 빠르게 하라.
잠은 충분히 자고, 가끔은 멍때리고 있기도 해야 한다.
제발 이 글을 한번씩 보고 수정해라.
네가 하는 생각, 쓰는 글은 모두 바뀔 수 있다.
2014년 3월 30일 일요일
의사들이 왜 분개하는가?
의사들이 왜 분개하는가?
무시당하니까 분개한다.
학교 다니는 동안 상위권을 놓쳐본 일이 없고,
각종 사교육비에 높은 대학등록금 (그것도 6년이나..--;;) 꼬박꼬박 내고..
절대 다수가 인턴에 전공의까지 박봉에 고된 일을 견뎌왔는데...
선생님..선생님...하면서 굽실거리는 것 처럼 보여서 우쭐하기도 했는데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멱살잡히고 뒤통수맞고...
그러면서 '너네는 잘났잖아..잘난 놈이 왜 그래... 뭐가 부족해서...' 따위의 핀잔이나 듣고...
억울한 일 당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제대로 화 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네들이 뭐가 억울하냐...'
'그래도 잘 먹고 잘 살잖아..'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기 희생도 못하냐..'
공무원들은 국가에 소속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국가는 국민이라는데...
의사는 국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시당하니까 분개하는 거다.
'ECMO를 달았는데 환자가 죽으면 돈 못줍니다.'
'금방 죽을 것 같은 환자에게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게 ECMO인데, 이 사람이 죽을 지 말지 어떻게 압니까?'
'그건 저한테 물어보실 일이 아닙니다...의사선생님이 판단하셔야죠.'
이런 대화가 오고가니까 분개하는 거다.
환자보면 대부분의 치료비를 국가가 주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돈을 적게 준다.
문제제기를 해도 배째라고 나자빠진단다.
그러면서 모자라는 돈은 100/100으로 메꾸란다. 100/100이 뭐냐? 받을 만하다고 국가가 인정해줄테니 알아서 받으라는 거다. 이걸로 수익을 남기지 못하면...공단에서 주는 급여보다 단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굉장히 저급한 치료를 대단히 많은 환자에게 시행할 수 밖에 없다. (박리다매가 답이었던 거지.)
의대가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
환자에게 존경받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환자에게 욕먹고 의료행위보다 돈도 적게 받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제도를 애초에 그렇게 부당하게 만들 때 뭐했나 싶지?
그 인정비급여에서 돈 많이 남겨먹고, 의료행위에 따른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서 수가를 작게 매겼다는데...많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래...잘못된 것이 있어서 바로 잡자고 하는데..
돈 많이 못 벌어도 좋으니 제대로된 의료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는데..
"쟤네들 돈 많이 벌고 대접 잘해주는데 자꾸 더 벌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라고
뒤집어씌우려고 하니까 억울하고 화나는 거다.
사람들 바보 취급하지 마라.
적어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의사 욕하는 사람들보다 세금도 많이 내고, 일하는 시간은 훨씬 길다. 그리고 실수나 오류로 인한 부담은 훨씬 더 크다. 마음 아픈 일도 훨씬 많다.
뭐니뭐니해도 의사는 공명심 때문에 하는 거다.
결정에 따른 책임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대접받고 싶어하는 거다.
떼돈 벌게 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무시하지나 마라.
돈 잘 버는 엘리트집단이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욕하다가 주변에 누가 아프면 잘 봐달라고 부탁하지나 마라.
사람 무시하고 잘 되는 꼴 못봤다.
의사들 중에 똑똑한 사람들 참 많다. 공부만 잘해서 다른 건 잘 못할 거 같지?
처음이라 익숙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게 뭔지, 어떻게 하면 잘하는 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기다려봐..보여줄께....
무시당하니까 분개한다.
학교 다니는 동안 상위권을 놓쳐본 일이 없고,
각종 사교육비에 높은 대학등록금 (그것도 6년이나..--;;) 꼬박꼬박 내고..
절대 다수가 인턴에 전공의까지 박봉에 고된 일을 견뎌왔는데...
선생님..선생님...하면서 굽실거리는 것 처럼 보여서 우쭐하기도 했는데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멱살잡히고 뒤통수맞고...
그러면서 '너네는 잘났잖아..잘난 놈이 왜 그래... 뭐가 부족해서...' 따위의 핀잔이나 듣고...
억울한 일 당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제대로 화 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네들이 뭐가 억울하냐...'
'그래도 잘 먹고 잘 살잖아..'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기 희생도 못하냐..'
공무원들은 국가에 소속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국가는 국민이라는데...
의사는 국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시당하니까 분개하는 거다.
'ECMO를 달았는데 환자가 죽으면 돈 못줍니다.'
'금방 죽을 것 같은 환자에게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게 ECMO인데, 이 사람이 죽을 지 말지 어떻게 압니까?'
'그건 저한테 물어보실 일이 아닙니다...의사선생님이 판단하셔야죠.'
이런 대화가 오고가니까 분개하는 거다.
환자보면 대부분의 치료비를 국가가 주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돈을 적게 준다.
문제제기를 해도 배째라고 나자빠진단다.
그러면서 모자라는 돈은 100/100으로 메꾸란다. 100/100이 뭐냐? 받을 만하다고 국가가 인정해줄테니 알아서 받으라는 거다. 이걸로 수익을 남기지 못하면...공단에서 주는 급여보다 단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굉장히 저급한 치료를 대단히 많은 환자에게 시행할 수 밖에 없다. (박리다매가 답이었던 거지.)
의대가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
환자에게 존경받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환자에게 욕먹고 의료행위보다 돈도 적게 받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제도를 애초에 그렇게 부당하게 만들 때 뭐했나 싶지?
그 인정비급여에서 돈 많이 남겨먹고, 의료행위에 따른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서 수가를 작게 매겼다는데...많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래...잘못된 것이 있어서 바로 잡자고 하는데..
돈 많이 못 벌어도 좋으니 제대로된 의료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는데..
"쟤네들 돈 많이 벌고 대접 잘해주는데 자꾸 더 벌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라고
뒤집어씌우려고 하니까 억울하고 화나는 거다.
사람들 바보 취급하지 마라.
적어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의사 욕하는 사람들보다 세금도 많이 내고, 일하는 시간은 훨씬 길다. 그리고 실수나 오류로 인한 부담은 훨씬 더 크다. 마음 아픈 일도 훨씬 많다.
뭐니뭐니해도 의사는 공명심 때문에 하는 거다.
결정에 따른 책임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대접받고 싶어하는 거다.
떼돈 벌게 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무시하지나 마라.
돈 잘 버는 엘리트집단이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욕하다가 주변에 누가 아프면 잘 봐달라고 부탁하지나 마라.
사람 무시하고 잘 되는 꼴 못봤다.
의사들 중에 똑똑한 사람들 참 많다. 공부만 잘해서 다른 건 잘 못할 거 같지?
처음이라 익숙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게 뭔지, 어떻게 하면 잘하는 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기다려봐..보여줄께....
2013년 9월 5일 목요일
환자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아무리 겸손해도 부족하다.
인턴과 전공의 4년을 거쳐서 전문의 자격을 얻었고, 비록 공보의로 3년을 보냈지만 이후로 3년째 초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나름 마취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음에도 나는 환자를 마취하는 일이 두렵고 심장이 쫄깃거릴 때가 많다. 예상치 못했던 출혈이나 약물의 이상반응, 기도의 과민반응 등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방심하고 있는 나를 강하게 자극한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전공의 2말 3초 시절이 부끄러워진다.
2013년 9월 2일 월요일
새로 글쓰기를 시작하며...
3년 간의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치고 의국으로 복귀한 지도 벌써 세번째 해의 중반을 넘어섰다. 2년간의 Fellow 적응을 마치니 이제는 예전보다 더더욱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명의 전문의로써의 임상능력,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게 된 교육자(?)의 위치, 이제 발걸음을 뗄까 말까 하는 연구자...뭐 하나 완성된 것 없는 부정형의 틀 속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이제 한 자 한 자 끄적이며 좌충우돌하는 내 생각들을 싸잡아 두다보면 그것들이 내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바람직한 모델을 두고 갈 때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한 걸음 비켜 바라보기 위한 도구가 되길 바라며 이 블로그를 시작한다.
당연히 글을 쓰는 중에 필요한 내용은 그 evidence를 밝히겠지만, 혹여 이 블로그의 글을 읽게 되시는 분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의 한 단면임을 주지하시기를 바란다.
이제 한 자 한 자 끄적이며 좌충우돌하는 내 생각들을 싸잡아 두다보면 그것들이 내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바람직한 모델을 두고 갈 때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한 걸음 비켜 바라보기 위한 도구가 되길 바라며 이 블로그를 시작한다.
당연히 글을 쓰는 중에 필요한 내용은 그 evidence를 밝히겠지만, 혹여 이 블로그의 글을 읽게 되시는 분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의 한 단면임을 주지하시기를 바란다.
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전화의료상담서비스가 무의미한 이유
한 밤 중에 아기가 아플 때, 갑자기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왔을 때, 이유없이 어지러울 때....전화 한 통으로 전문의를 연결하여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임신 중인데 이런 음식은 먹어도 되는지, 이 약은 걱정없이 먹을 수 있는지... 팔목에 금이가서 스플린트를 대고 왔는데 빨리 수술하지 않아도 상관없는지....이럴 때 관련 전문의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콜센터'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http://m.docdocdoc.co.kr/newsview.php?newscd=2012122400009
서울시 김경호 복지건강실장은 "서울시민은 앞으로 '국번 없이 119'로 전화하면 응급출동에서 전문적인 의료상담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건강콜센터를 통해 시민들이 목말라하던 전문적인 건강정보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정말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이 서비스가 전시행정에 다름아니고 효과가 없다는 트윗에 대한 답변이 " @seoul_smc: @SeoHyungseok안녕하세요? 짧은 진료시간으로 충분한 상담이 어렵고, 인터넷등 검증되지 않은 의료정보로 건강피혜를 예방코자 하는것으로 전화상담으로 진료을 대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에게 쉽게 24시간 전문의 건강상담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이고 공중보건의사로 3년 중 2년을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근무(주업무가 의료상담 및 구급대원 의료지도인...)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가들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폭력적인 것인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콜센터는 전화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얻을 것이 없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만 좋을 뿐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왜 콜센터에 전화를 할까? 의료상담이 필요해서이다. 뭐 좀 더 구체화시켜서 의사-전문의-와 통화를 하고 싶어서다. 통화를 하고 싶은 경우를 요약해보면
1.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2. 병원에 다녀왔지만 궁금한 점이 많아서
3. 의학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겨서 라고 볼 수 있겠다.
1-1.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지방 촌구석도 아니고, 개원가에서 주말 및 야간진료를 할 뿐 아니라 대학병원을 포함한 수많은 응급실이 운영되는 서울시에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매우 극단적인 경우 뿐이다. 예로 북한산 등반 중에 정상인근에서 심한 가슴통증이 생겼다던가, 독거노인이 갑자기 골절 또는 뇌졸중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다. 이렇다하더라도 119 구급대원들의 빛나는 활약이 넘쳐나는 서울시에서는 다른 어디보다 응급의료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콜센터를 통하는 것이 아니고 119상황실에 소속된 의사(아마도 공중보건의)의 지도를 받는 것이다. 1339근무의 경우를 되짚어보면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전화하는 경우는 대부분 밤 늦은 시간이나 병원이 먼 경우인데, 대부분의 상담내용 또한 의학적으로 응급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true emergency라면 전화상담을 받기 보다는 119를 부르는 것이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고 실제로 119를 먼저 부르게 된다. 급박한 응급상황에서 의사의 전화상담은 무척 제한적일 것일 뿐 아니라 의사가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정보수집이 어려워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이런 경우 전화한 사람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상담의사? 전화한 사람? 게다가 전화를 통한 원격의료행위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불법이다.
1-2 병원에 다녀왔지만 궁금한 점이 많아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궁금한 점이 많아서 콜센터에 전화한다면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직접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관련된 질문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질문이라면 콜센터에 전화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외래에 전화해서 본인을 진료한 의사와 직접 통화해야 한다. 약간 관련성이 있더라도 본인을 직접 진료한 의사보다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의사가 더 효과적인 정보를 주긴 어렵다. 친절한 상담을 원하는가? 의학적 상담을 포탈사이트 게시판 정도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1-3 의학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겨서
본인이 궁금한 것이 있는데 병원을 가지 않고 해결하려 한다면 십중팔구 직접적인 질병관련성이 떨어지거나 건강식품복용 등을 포함한 일반적인 건강상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까지 전문의 상담이 필요해서 전화를 한다면 본인이 내는 세금을 본인이 낭비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상담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안하는 게 좋다.
1339 에서 근무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가장 많이 걸려온 전화는 밤에 아기가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묻는 전화다. 모범답안은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 마사지를 30분 정도 해도 열이 안 떨어지면 병원에 가보라" 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체온이 몇도인지, 동반증상은 어떤지, 기저질환이 있는지 상세히 물어보고 신중히 '의견을 제시' 하는 것이 의료상담일 것이다. 하지만 전화 상으로는 상대방이 말하는 체온조차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오히려 신경질을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전화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 쪽엔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있는데, 전화하는 사람은 '상담' 보다는 '진단' 을 받기를 원하지만 전화받는 사람은 자신의 상담 내용조차 책임을 질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이 말하는 내용은 엇갈리는 것이 당연하고 십중팔구 "전화로는 효과적인 상담이 어려우니 병원에 가보라", "내가 그런 소리 들으려고 전화했냐? 그 말은 나도 한다." 라는 말로 귀결된다. 이 건강콜센터 제도의 큰 문제점은 24시간 전문의 상담이라는 홍보인데, 그렇다면 최소 내,외,산,소 4대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포함해서 5개과의 전문의가 3교대근무를 한다는 말인가? 그 15명의 인원이 아니라면 응급의학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돌리겠다는 뜻인가? 전자의 경우 매달 억대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고 후자라면 민원인 들이 자주 하는 질문인 "당신 전공이 뭐요?" 라는 질문에 응급의학, 가정의학과라고 하면 전문의가 아니라면서 또다른 욕을 들어먹는 일이 허다할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입장에서 전화하는 사람은 "민원인" 이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따라서 민원인의 비의료적인 상담요구에도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상담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결국 이 서비스가 의료상담이 목적이 아니라 시정홍보수단으로 쓰인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건강콜센터' 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선결되어야 한다.
1. 상담하는 의사의 권한이 커서 "비의료적인 상담", 또는 "급하지 않은", " 진료를 대신 하려는 의도의" 상담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2. 상담에 해당하는 항목을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 으로 한정해야 한다.
3. 상담에 대한 독자성을 인정하고 상담 이외의 다른 요구사항이 없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시행하는 건강콜센터는 결국 홍보성 행정에 세금낭비일 뿐 아니라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콜센터'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http://m.docdocdoc.co.kr/newsview.php?newscd=2012122400009
서울시 김경호 복지건강실장은 "서울시민은 앞으로 '국번 없이 119'로 전화하면 응급출동에서 전문적인 의료상담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건강콜센터를 통해 시민들이 목말라하던 전문적인 건강정보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정말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이 서비스가 전시행정에 다름아니고 효과가 없다는 트윗에 대한 답변이 " @seoul_smc: @SeoHyungseok안녕하세요? 짧은 진료시간으로 충분한 상담이 어렵고, 인터넷등 검증되지 않은 의료정보로 건강피혜를 예방코자 하는것으로 전화상담으로 진료을 대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에게 쉽게 24시간 전문의 건강상담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이고 공중보건의사로 3년 중 2년을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근무(주업무가 의료상담 및 구급대원 의료지도인...)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가들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폭력적인 것인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콜센터는 전화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얻을 것이 없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만 좋을 뿐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왜 콜센터에 전화를 할까? 의료상담이 필요해서이다. 뭐 좀 더 구체화시켜서 의사-전문의-와 통화를 하고 싶어서다. 통화를 하고 싶은 경우를 요약해보면
1.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2. 병원에 다녀왔지만 궁금한 점이 많아서
3. 의학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겨서 라고 볼 수 있겠다.
1-1.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지방 촌구석도 아니고, 개원가에서 주말 및 야간진료를 할 뿐 아니라 대학병원을 포함한 수많은 응급실이 운영되는 서울시에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매우 극단적인 경우 뿐이다. 예로 북한산 등반 중에 정상인근에서 심한 가슴통증이 생겼다던가, 독거노인이 갑자기 골절 또는 뇌졸중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다. 이렇다하더라도 119 구급대원들의 빛나는 활약이 넘쳐나는 서울시에서는 다른 어디보다 응급의료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콜센터를 통하는 것이 아니고 119상황실에 소속된 의사(아마도 공중보건의)의 지도를 받는 것이다. 1339근무의 경우를 되짚어보면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전화하는 경우는 대부분 밤 늦은 시간이나 병원이 먼 경우인데, 대부분의 상담내용 또한 의학적으로 응급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true emergency라면 전화상담을 받기 보다는 119를 부르는 것이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고 실제로 119를 먼저 부르게 된다. 급박한 응급상황에서 의사의 전화상담은 무척 제한적일 것일 뿐 아니라 의사가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정보수집이 어려워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이런 경우 전화한 사람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상담의사? 전화한 사람? 게다가 전화를 통한 원격의료행위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불법이다.
1-2 병원에 다녀왔지만 궁금한 점이 많아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궁금한 점이 많아서 콜센터에 전화한다면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직접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관련된 질문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질문이라면 콜센터에 전화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외래에 전화해서 본인을 진료한 의사와 직접 통화해야 한다. 약간 관련성이 있더라도 본인을 직접 진료한 의사보다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의사가 더 효과적인 정보를 주긴 어렵다. 친절한 상담을 원하는가? 의학적 상담을 포탈사이트 게시판 정도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1-3 의학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겨서
본인이 궁금한 것이 있는데 병원을 가지 않고 해결하려 한다면 십중팔구 직접적인 질병관련성이 떨어지거나 건강식품복용 등을 포함한 일반적인 건강상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까지 전문의 상담이 필요해서 전화를 한다면 본인이 내는 세금을 본인이 낭비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상담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안하는 게 좋다.
1339 에서 근무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가장 많이 걸려온 전화는 밤에 아기가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묻는 전화다. 모범답안은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 마사지를 30분 정도 해도 열이 안 떨어지면 병원에 가보라" 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체온이 몇도인지, 동반증상은 어떤지, 기저질환이 있는지 상세히 물어보고 신중히 '의견을 제시' 하는 것이 의료상담일 것이다. 하지만 전화 상으로는 상대방이 말하는 체온조차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오히려 신경질을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전화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 쪽엔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있는데, 전화하는 사람은 '상담' 보다는 '진단' 을 받기를 원하지만 전화받는 사람은 자신의 상담 내용조차 책임을 질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이 말하는 내용은 엇갈리는 것이 당연하고 십중팔구 "전화로는 효과적인 상담이 어려우니 병원에 가보라", "내가 그런 소리 들으려고 전화했냐? 그 말은 나도 한다." 라는 말로 귀결된다. 이 건강콜센터 제도의 큰 문제점은 24시간 전문의 상담이라는 홍보인데, 그렇다면 최소 내,외,산,소 4대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포함해서 5개과의 전문의가 3교대근무를 한다는 말인가? 그 15명의 인원이 아니라면 응급의학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돌리겠다는 뜻인가? 전자의 경우 매달 억대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고 후자라면 민원인 들이 자주 하는 질문인 "당신 전공이 뭐요?" 라는 질문에 응급의학, 가정의학과라고 하면 전문의가 아니라면서 또다른 욕을 들어먹는 일이 허다할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입장에서 전화하는 사람은 "민원인" 이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따라서 민원인의 비의료적인 상담요구에도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상담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결국 이 서비스가 의료상담이 목적이 아니라 시정홍보수단으로 쓰인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건강콜센터' 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선결되어야 한다.
1. 상담하는 의사의 권한이 커서 "비의료적인 상담", 또는 "급하지 않은", " 진료를 대신 하려는 의도의" 상담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2. 상담에 해당하는 항목을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 으로 한정해야 한다.
3. 상담에 대한 독자성을 인정하고 상담 이외의 다른 요구사항이 없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시행하는 건강콜센터는 결국 홍보성 행정에 세금낭비일 뿐 아니라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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