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로 수술받는 환자들 중에 한약재를 같이 드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약품으로 또는 건강보조식품으로...아니면 정말 이도저도 아닌 출처불명의 '약'이 많지요. 이런 것들은 대부분 '생약', '천연'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몸에 좋은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극단적으로 보면 대체요법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한약 등을 먹고 '전격성간부전' 등으로 간이식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한약재, 생약, 천연물질 등이 신체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임상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약물질을 복용하는 분이 전신마취를 받는 경우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 지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은 자료 중에 Herbal medicine(적당한 용어가 생각 안나서 일단 '생약'이라고 부르겠습니다.)이 마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자료가 있어 정리해서 올립니다.
출처는 Cont Edu Anaesth Crit Care & Pain. 2011;11(1):14-17. © 2011 Oxford University Press 입니다.
WHO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80% 정도가 '생약'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천연물질', '생약' 등이 '자연에서 온 것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매우 위험합니다. 실제로 '생약'의 약리학적 특성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쓰이는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뿐 아니라 물질 자체로도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요. 미국 마취과학회(ASA)에서는 이러한 '생약'을 수술 2~3주 전부터 중단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뤄볼 것들은 자주천인국(Ehinacea), 마황(Ephedra), 마늘, 생강, 인삼, 은행잎, '생약성분이뇨제', 양고나나무(kava), 서양고추나물(St John's wort - 고추가 아닙니다), 길초근(valerian) 등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생약'들이 만성질환에서 치료방법 중에 하나로 쓰이기는 어렵지만, '생약이라 안전하다'라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에 점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약들은 대체적으로 심혈관계, 내분비계와 응고체계 등에 이상을 일으키고 간과 신장에 독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천인국, 서양고추나물, 양고나나무...등등은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라..주로 마늘, 생강, 인삼, 은행잎, 생약성분이뇨제, 길초근, 마황 등 비교적 친숙한 생약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습니다.
1. 마늘(Garlic)
마늘농축액이 심혈관질환, 당뇨, 염증 등에 좋다고 합니다. 아마도 여기 포함된 'cysteine'이 혈소판기능억제 작용이 있어 '항혈소판제제'와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부작용으로 메스꺼움, 저혈압, 알러지 반응이 유발될 수 있고, 아스피린이나 다른 항염증제(NSAIDs)와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출혈경향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7일 전부터 중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2. 생강(Ginger)
생강즙이 구토와 염증에 좋다고 합니다. metoclopramide 처럼 소화기를 자극해서 구토를 억제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수술후 통증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없을 뿐더러 혈소판기능을 방해하여 출혈경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항염증제(NSAIDs)와 쿠마딘 등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출혈 경향이 증가하게 됩니다. 언제부터 끊어야할 지는 명백하진 않지만 2주전부터 중단할 것을 권합니다.
3. 인삼(Ginseng)
기분을 좋게하고 정력에도 좋다고 합니다. 복용에 대한 결과가 매우 다양해서 반대의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요...교감신경계를 약간 자극하는 작용이 있고 monoamine oxidase라는 효소와도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저혈당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혈소판의 작용을 방해하기도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계약물..특히 'MAO inhibitor'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을 피해야 하고 출혈성경향이 있는 환자에게서도 주의해야 합니다. 보통 7일 전에 중단할 것을 권합니다.
4. 은행잎(Ginko Biloba)
활성산소를 차단하여 말초혈관과 신경세포를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치매환자에서 인지기능을 개선시키고, 혈액점성을 떨어뜨려 말초혈액순환을 도와준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혈소판 기능이상으로 출혈경향이 높아지기 때문에 항염증제(NSAIDs)와 아스피린, 쿠마딘 등 항응고제 등과는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최소 수술 36시간 전에는 중단해야 합니다.
5. 생약성분이뇨제(Herbal diuretics)
녹차, 쏘말메토, 골든실, 박하 등이 생약성분이뇨제에 해당이 되는군요. 체중감량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정확한 기전은 알기 어렵지만 혈압을 조절하는 Renin-Angiotensin-Aldosterone 계의 작용을 방해하여. 전해질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6. 길초근(쥐오줌풀, valerian)
주로 안정제로 사용됩니다. GABA수용체의 작용을 촉진시켜서 수면효과를 나타냅니다. 간과 심장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이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마취제와 상승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마취제의 용량을 감량해야 합니다. 명확하진 않지만 수술 2주전부터 중단하기를 권합니다.
7. 마황(Ephedra)
마황은 에페드린, 슈도에페드린, 메칠에페드린 등의 성분을 포함합니다. 이중에서 '에페드린'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a-, b-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거나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간접적으로 증가시키는 작용을 해서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킵니다. 주로 중추신경계 자극, 체중감량, 천식치료 등에 이용되고..악용되는 경우 마약으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부정맥,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할 경우 심장근육이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주의깊게 써야하는 약물이고,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부정맥과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심장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복용중인 경우 최소 수술 24시간 전에는 중단해야 합니다.
이외에 양고나나무(KAVA), 서양고추나물(St John's Wort)라는 약초들이 마취제등과 상승효과를 일으키거나 약물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KAVA 는 최소 수술 24시간 전에는 중단하도록 하고, St John's Wort는 MAO inhibitor를 복용하는 것과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마취제와의 상호작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St John's wort는 수술 5일전에는 중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생약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약리작용과 약물상호작용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약물들이'천연이라 안전하다'라고 생각하여 간과하고 지나가면 안됩니다.
마취나 수술에 관해 상담할 때 '당연히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마취과의사와 충분히 상의를 해야 합니다.
이 글의 레퍼런스를 밝힙니다.
또한 트위터 아이디 @stayjili @mjchoigo @hanisaje 님의 도움과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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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또는 수술들어가기 전에는 기본적으로 금식해야할 것이 많겠네요...
답글삭제댓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보통 수술 전에 집도의와 여러가지 상담을 하게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마취과의사와도 마취에 대해서 상담을 하게 되는데, 드시고 있는 약품 혹은 식품이나 몸상태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포스트의 요지는 '별 것 아니겠지' 하고 넘어가는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자세히 상담할 것을 권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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