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30일 수요일

아이가 수술 전에 감기에 걸리면 왜 수술을 연기해야 하나요?

 음...아이가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뜬금없지요? ^^ 아이들은 보통 어떤 수술을 많이 받을까요? 심장이나 뇌수술 같은 중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수술받는 경우로는 편도선 절제, 중이염, 골절, 사시, 포경 등이 비교적 흔할 것 같군요. 아이들은 의사와 협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국소마취로 수술할 수 있는 경우에도 전신마취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수술들은 '응급'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예정'수술로 날짜와 시간을 따로 정해서 시행합니다. 입원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많은 수에서 당일입원했다가 수술하고 당일 퇴원하는 '당일수술'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근데 수술날짜를 정해놓고 막상 당일이 되서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상태를 봐서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날짜로 다시 스케줄을 잡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케줄을 다시 잡게 되면 불편함이 많아지죠...특히나 맞벌이부부가 많아지는 현실에서, 이 날을 위해서 휴가를 냈다거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예정된 당일에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수술을 연기해야 하는지와 수술을 진행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합시다. 


참고문헌: Lancet. 2010 Sep 4;376(9743):773-83
               Anesthesiology. 2002 May;96(5):1277; author reply 127
               Anesthesiology. 2001 Aug;95(2):283-5.




 아이들에게 감기나 천식은 비교적 흔한 병입니다. 면역력이 약하고 호흡기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지요. 감기나 천식을 앓고 있다는 자체가 수술을 연기해야 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 수술전후로 호흡기계 합병증의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계 합병증으로는

  • 기관지연축(bronchospasm)
  • 후두연축(laryngospasm)
  • 산소포화도 감소(desaturation)
  • 기도폐쇄(airway obstruction)
 등이 있는데요, 소아에서는 산소요구량이 높지만 산소저장능력이 적고, 기도(airway)의 문제로 인한 심정지의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호흡기계 합병증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호흡기계 합병증을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인자(risk factor)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 최근에 걸린 감기(recent cold)
  • 운동시 발생하는 천명음(wheezing during excercise)
  • 1년 사이에 3회 이상의 천명음이 발생한 경우 (wheezing more than 3 times in the previous 12 months)
  • 야간의 마른기침(nocturnal dry cough)
  • 천식, 습진, 비염 등의 가족력(family history of asthma, rhinitis, eczema)
  • 동거하는 가족 내에 흡연자가 있는 경우
이러한 경우에 호흡기계 합병증이 증가한다고 되어있지요.


 '최근에 걸린 감기'는 보통 2주 사이에 발생한 경우를 말하는데요, 감기에 걸리면 기도(airway)의 반응성이 증가해서 기도삽관등 기도를 자극하는 경우에 연축현상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반응성이 증가된 상태가 2주 정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당장 필요한 수술이 아닌 경우에는 2~3주 정도 연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감기에 걸린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기도 연축이 발생할 가능성이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긴 하지만, 산소포화도의 감소와 일시적인 기도폐쇄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증가합니다. 비충혈이 있거나 콧물, 가래 등 분비물이 많은 경우에도 호흡기계 합병증이 증가합니다.인자들 중에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특히 위험할 수 있는데, 가계도 내에 2명 이상에서 증상이 있는 경우 기도연축의 가능성이 3배까지 증가한다고 합니다. 흡연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흡연자가 아버지 혼자인 경우도 위험이 증가하지만 어머니가 흡연자거나 양친이 모두 흡연자인 경우에서 위험이 더 증가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더 많이 보는 사람의 영향이 더 크겠지요.


 "어떠어떠한 위험이 있다"라고 이야기할 때는 '그래서 하면 안된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러이러한 위험이 있으니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2주 정도 연기합시다" 라는 의미는 "2주 후에 하면 괜찮습니다"라는 뜻이 아니라 "2주 정도 기다리면 위험이 줄어들 겁니다"라는 뜻이지요. 위험요인의 분석은 결국 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수술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모든 수술에는 위험요인이 있고 그런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서 전문가 집단이 있는 거죠. 감기에 걸렸다고 수술 못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전에 집도의나 마취과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의견교환을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댓글 2개:

  1.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2.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