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5일 토요일

전신마취를 받으면 머리가 나빠지는가?

"전신 마취하면 머리가 나빠집니까?"

마취에 대한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접하는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환자가 본인인 경우도 그렇지만 소아환자가 마취를 받아야 하는 경우 부모님이 꼭 물어보는 질문이죠. 소아마취학회 홈페이지에도 FAQ에 1번 문항으로 나와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시간을 좀 들여서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왜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생각할까요?

 마취를 위해서 정맥주사제와 흡입마취제가 사용됩니다. 이 약제들은 기본적으로 의식을 없애고 기억을 차단하는 작용을 합니다. 또한 마취에서 회복된 직후에도 약간의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증상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마취제는 작용시간이 짧고 거의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습니다. 간혹 수술 후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수시간에서 수일 사이에 완전히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이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일이 대뇌기능에 어떤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일 것 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신기하게도 '머리가 좋아진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2. 머리는 왜 나빠질까요?

 '머리가 나빠진다'라는 표현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마취와 관련해서 일단 '대뇌에 손상을 주는지'에 대해서 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면(허혈상태) 세포를 이루는 기관들에 손상을 입게 되고, 손상을 복구하지 못하는 세포들은 괴사(necrosis)되거나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사멸(apoptosis)하게 됩니다. 따라서 세포에서 허혈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손상의 정도가 결정되지요. 특히, 미성숙된 뇌신경세포에서 세포 손상이 사멸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고 인지, 감정, 학습, 운동의 통제 등을 담당하는 기저핵(basal ganglia)과 해마(hippocampus) 부위가 허혈성 손상에 민감하기 때문에 뇌손상을 받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3. 전신마취를 하면 뇌에 손상을 받게 되나요?

 외부충격없이 뇌에 손상을 받게 되는 기전을 '허혈성 손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반적인 전신마취를 통해 뇌에 허혈성 손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상이라던지, 뇌혈관 질환이 있는 몇가지 경우를 제외해야 합니다. 오히려 마취제는 뇌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과정을 차단하거나 신경조직으로 산소이동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뇌세포를 허혈성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마취제가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는 건가요?

 어린 쥐를 통한 실험에서, 기전을 알 수는 없지만 마취제를 장시간 투여한 쥐에서 뇌세포가 손상을 받고 학습장애를 나타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종(種)에 따른 차이, 용량과 노출기간의 차이, 통계적인 발생빈도 등의 문제로 쥐에 대한 실험결과를 인간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유아기에 경험한 수차례의 전신마취가 학습장애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지만, 마취 자체가 학습장애과 관련있는 지는 알 수 없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결론!!

 소아마취에서 마취제가 대뇌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또한 통상적인 수술로 인한 마취가 아이의 학습장애를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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