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5일 목요일

환자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아무리 겸손해도 부족하다.

인턴과 전공의 4년을 거쳐서 전문의 자격을 얻었고, 비록 공보의로 3년을 보냈지만 이후로 3년째 초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나름 마취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음에도 나는 환자를 마취하는 일이 두렵고 심장이 쫄깃거릴 때가 많다. 예상치 못했던 출혈이나 약물의 이상반응, 기도의 과민반응 등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방심하고 있는 나를 강하게 자극한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전공의 2말 3초 시절이 부끄러워진다. 

2013년 9월 2일 월요일

새로 글쓰기를 시작하며...

3년 간의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치고 의국으로 복귀한 지도 벌써 세번째 해의 중반을 넘어섰다. 2년간의 Fellow 적응을 마치니 이제는 예전보다 더더욱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명의 전문의로써의 임상능력,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게 된 교육자(?)의 위치, 이제 발걸음을 뗄까 말까 하는 연구자...뭐 하나 완성된 것 없는 부정형의 틀 속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이제 한 자 한 자 끄적이며 좌충우돌하는 내 생각들을 싸잡아 두다보면 그것들이 내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바람직한 모델을 두고 갈 때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한 걸음 비켜 바라보기 위한 도구가 되길 바라며 이 블로그를 시작한다.

당연히 글을 쓰는 중에 필요한 내용은 그 evidence를 밝히겠지만, 혹여 이 블로그의 글을 읽게 되시는 분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의 한 단면임을 주지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