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0일 일요일

의사들이 왜 분개하는가?

의사들이 왜 분개하는가?
무시당하니까 분개한다.

학교 다니는 동안 상위권을 놓쳐본 일이 없고,
각종 사교육비에 높은 대학등록금 (그것도 6년이나..--;;) 꼬박꼬박 내고..
절대 다수가 인턴에 전공의까지 박봉에 고된 일을 견뎌왔는데...

선생님..선생님...하면서 굽실거리는 것 처럼 보여서 우쭐하기도 했는데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멱살잡히고 뒤통수맞고...
그러면서 '너네는 잘났잖아..잘난 놈이 왜 그래... 뭐가 부족해서...' 따위의 핀잔이나 듣고...

억울한 일 당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제대로 화 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네들이 뭐가 억울하냐...'
'그래도 잘 먹고 잘 살잖아..'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기 희생도 못하냐..'

공무원들은 국가에 소속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국가는 국민이라는데...
의사는 국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시당하니까 분개하는 거다.

'ECMO를 달았는데 환자가 죽으면 돈 못줍니다.'
'금방 죽을 것 같은 환자에게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게 ECMO인데, 이 사람이 죽을 지 말지 어떻게 압니까?'
'그건 저한테 물어보실 일이 아닙니다...의사선생님이 판단하셔야죠.'

이런 대화가 오고가니까 분개하는 거다.

환자보면 대부분의 치료비를 국가가 주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돈을 적게 준다.
문제제기를 해도 배째라고 나자빠진단다.

그러면서 모자라는 돈은 100/100으로 메꾸란다. 100/100이 뭐냐? 받을 만하다고 국가가 인정해줄테니 알아서 받으라는 거다. 이걸로 수익을 남기지 못하면...공단에서 주는 급여보다 단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굉장히 저급한 치료를 대단히 많은 환자에게 시행할 수 밖에 없다. (박리다매가 답이었던 거지.)

의대가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
환자에게 존경받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환자에게 욕먹고 의료행위보다 돈도 적게 받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제도를 애초에 그렇게 부당하게 만들 때 뭐했나 싶지?
그 인정비급여에서 돈 많이 남겨먹고, 의료행위에 따른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서 수가를 작게 매겼다는데...많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래...잘못된 것이 있어서 바로 잡자고 하는데..
돈 많이 못 벌어도 좋으니 제대로된 의료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는데..

"쟤네들 돈 많이 벌고 대접 잘해주는데 자꾸 더 벌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라고
뒤집어씌우려고 하니까 억울하고 화나는 거다.

사람들 바보 취급하지 마라.

적어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의사 욕하는 사람들보다 세금도 많이 내고, 일하는 시간은 훨씬 길다. 그리고 실수나 오류로 인한 부담은 훨씬 더 크다. 마음 아픈 일도 훨씬 많다.

뭐니뭐니해도 의사는 공명심 때문에 하는 거다.
결정에 따른 책임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대접받고 싶어하는 거다.

떼돈 벌게 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무시하지나 마라.
돈 잘 버는 엘리트집단이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욕하다가 주변에 누가 아프면 잘 봐달라고 부탁하지나 마라.

사람 무시하고 잘 되는 꼴 못봤다.
의사들 중에 똑똑한 사람들 참 많다. 공부만 잘해서 다른 건 잘 못할 거 같지?
처음이라 익숙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게 뭔지, 어떻게 하면 잘하는 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기다려봐..보여줄께....